저도 처음엔 커피를 고를 때 그냥 아메리카노나 라떼 같은 음료 종류만 골랐습니다. 원두? 로스팅? 그런 건 전문가들이나 신경 쓰는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스타벅스에서 처음으로 블론드 로스트를 마셔본 날, 제가 알던 커피 맛과 완전히 달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같은 커피인데 이렇게 맛이 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했고, 그때부터 원두와 로스팅 단계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블론드 로스트: 산미와 고소함이 공존하는 균형
블론드 로스트(Blonde Roast)는 라이트 로스팅과 비슷한 단계로, 짧은 시간 동안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볶아낸 원두입니다. 여기서 로스팅이란 생두에 열을 가해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으로, 온도와 시간에 따라 원두의 향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제가 처음 블론드 로스트를 마셨을 때 예상과 달랐던 점은 단순히 신맛만 강한 게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산미가 확실히 느껴지긴 하지만, 동시에 밤 같은 고소한 맛도 함께 있어서 훨씬 부드러웠습니다. 일반적으로 라이트 로스팅은 원두 본연의 향미를 살리는 방식이라 과일 향이나 꽃 향이 두드러지는데, 스타벅스의 블론드는 여기에 약간의 고소함까지 더해진 느낌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블론드 로스트가 다른 로스팅 단계보다 카페인 함량이 조금 높다는 점입니다. 로스팅 시간이 짧을수록 카페인이 덜 분해되기 때문입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아침에 정신 바짝 차리고 싶을 때 블론드 로스트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블론드 로스트의 주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산미와 고소함이 균형을 이룸
- 원두 고유의 향미가 살아있음
- 상대적으로 높은 카페인 함량
- 밝은 갈색의 원두 색상
미디엄 로스트: 대중적이면서도 각자의 개성
스타벅스에서는 미디엄 로스트와 미디엄 다크 로스트를 하나로 묶어서 미디엄 로스트로 분류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자주 마시는 파이크 플레이스 로스트도 이 범주에 속하는데, 단맛과 고소함이 강조되면서도 부드러운 바디감이 인상적입니다.
미디엄 로스팅(Medium Roasting)은 말 그대로 중간 단계의 볶음을 의미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면서 단맛과 고소한 향이 발현됩니다. 마이야르 반응이란 아미노산과 당분이 열에 의해 결합하며 갈색 색소와 복합적인 향미를 만들어내는 화학 반응입니다.
제 경험상 미디엄 로스트는 가장 실패 확률이 낮은 선택입니다. 커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든, 오랫동안 마셔온 사람이든 대부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입니다. 콜롬비아나나 하우스 블렌드는 단맛과 고소함이 두드러지고, 에티오피아나 케냐 원두는 산미와 단맛, 바디감이 균형을 이룹니다.
특히 파이크 플레이스는 제가 미디엄 로스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원두입니다. 초콜릿과 캐러멜 같은 단맛이 느껴지면서도 뒷맛이 깔끔해서, 아침에도 오후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습니다. 로스팅 단계가 올라갈수록 산미는 줄어들고 쓴맛과 바디감이 강해지는데, 미디엄은 그 중간 지점에서 가장 조화로운 맛을 냅니다.
커피 전문가들은 미디엄 로스팅을 "시티 로스트(City Roast)"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도시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로스팅 수준이라는 의미입니다(출처: 한국커피협회).
다크 로스트: 깊고 묵직한 맛의 정수
다크 로스트(Dark Roast)는 높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볶아낸 원두로, 짙은 갈색에서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색을 띕니다. 제가 평소에 가장 즐겨 마시는 로스팅 단계이기도 합니다.
다크 로스팅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캐러멜화(Caramelization)가 충분히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캐러멜화란 당분이 고온에서 분해되며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으로, 이 과정에서 달콤하면서도 약간 쌉싸름한 캐러멜 향이 만들어집니다. 다크 로스트는 산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대신 스모키한 향과 묵직한 바디감이 강조됩니다.
솔직히 다크 로스트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쓰다"고 하지만, 저는 그 깊고 진한 맛이 좋습니다. 특히 에스프레소로 추출할 때 다크 로스트 원두를 사용하면 크레마(Crema)가 풍부하게 올라오고, 우유를 섞었을 때도 커피 맛이 묻히지 않습니다. 크레마란 에스프레소 표면에 형성되는 갈색 거품층으로, 커피의 향과 풍미를 담고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크 로스트 원두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스타벅스만 봐도 수마트라, 카페 베로나, 이탈리안 로스트 등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원두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특히 카페 베로나의 초콜릿 같은 단맛과 깊은 바디감을 좋아합니다.
다크 로스트를 선택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너무 과도하게 볶은 원두는 탄 맛이 날 수 있다는 겁니다. 로스팅은 정말 섬세한 작업입니다. 열과 시간의 조율이 조금만 어긋나도 원두의 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전문 로스터들은 온도계와 타이머를 보면서도 원두의 색깔과 향, 심지어 볶을 때 나는 소리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로스팅의 단계를 좀 더 세밀하게 나누면 실제로는 라이트, 미디엄, 다크보다 훨씬 많은 단계로 구분됩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크게 3단계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전문가가 되는 게 아니라,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는 거니까요.
이렇게 여러 가지 커피를 마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취향이 생깁니다. 저처럼 다크 로스트의 묵직함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블론드의 산뜻함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는 건 없습니다. 같은 원두라도 로스팅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선택의 과정 자체가 즐거움인 기호식품입니다.
커피를 고를 때 단순히 음료 종류만 선택하는 게 아니라, 원두의 산지와 로스팅 단계까지 함께 살펴보세요. 그 작은 선택 하나가 한 잔의 경험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작은 커피 콩 하나가 볶아지는 순간부터 재배 과정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습니다. 다음번 카페에 가실 때는 평소와 다른 로스팅 단계를 한번 시도해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바로 나만의 커피를 찾아가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