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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산지별 맛 차이 (테루아, 로스팅, 추출)

by 카페인펭귄 2026. 2. 26.

같은 아라비카 품종이라도 에티오피아산과 브라질산의 맛이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꽤 놀랐습니다. 와인에서 자주 언급되는 '테루아(terroir)', 즉 토양과 기후, 고도가 만들어내는 고유한 풍미가 커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실제로 저는 산미가 강한 원두를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에티오피아나 케냐산 원두는 거의 마시지 않습니다. 대신 묵직한 바디감과 진한 향이 특징인 다크로스팅 원두를 주로 찾습니다. 고객들에게 원두를 추천할 때도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진한 커피를 좋아하시나요, 균형 잡힌 커피를 선호하시나요, 아니면 산미 있는 커피를 찾으시나요"입니다.

커피 산지별 맛 차이 (테루아, 로스팅, 추출)

테루아가 결정하는 산지별 풍미 특성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재배 환경입니다.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자란 커피는 일교차가 커서 열매가 천천히 익습니다. 여기서 테루아란 토양의 성분, 강수량, 일조량, 기온 등 자연환경 전체가 농산물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합니다. 와인 산지를 구분할 때 사용하는 개념인데, 커피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출처: 한국커피협회).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는 해발 1,500~2,200m의 고지대에서 커피를 재배합니다. 이 지역은 화산토로 이루어져 있어 배수가 잘 되고 미네랄이 풍부합니다. 그 결과 자스민, 블루베리, 베르가못 같은 화사한 풍미가 발달합니다. 특히 내추럴 가공 방식을 사용하면 과일 향이 더욱 강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플로럴한 향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스페셜티 시장에서는 이런 복합적인 향미를 높이 평가합니다.

케냐 역시 고지대 재배 국가입니다. 토마토, 자몽, 블랙커런트 같은 독특한 산미가 특징입니다. 여기서 산미란 신맛이 아니라 밝고 생동감 있는 풍미를 뜻합니다. 과일의 상큼함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 강렬한 캐릭터 때문에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립니다.

반대로 브라질은 해발 800~1,200m의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재배됩니다. 기계 수확과 내추럴·펄프드 내추럴 가공이 주를 이루며, 초콜릿, 헤이즐넛, 캐러멜 같은 고소하고 달콤한 풍미가 발달합니다. 산미는 약하고 바디감이 묵직합니다. 저는 이런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에스프레소 블렌드의 베이스로도 자주 사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균형미로 유명합니다. 산미와 단맛, 바디감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대중적입니다. 견과류와 카라멜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며, 처음 스페셜티 커피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기 좋습니다. 과테말라는 화산토의 영향으로 복합적인 향과 스파이시한 느낌이 특징입니다. 묵직하면서도 세련된 맛을 원하는 분들이 찾습니다.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60%가 아라비카 품종이며, 나머지는 로부스타입니다(출처: ICO). 같은 아라비카라도 산지에 따라 이렇게 맛이 달라지는 이유는 결국 자연환경의 차이 때문입니다.

로스팅과 추출이 만드는 최종 맛의 차이

산지가 커피 맛의 기본 방향을 결정한다면, 로스팅과 추출은 그 맛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결정합니다. 저는 일하면서 이 부분을 가장 많이 설명합니다. 같은 원두라도 로스팅 정도에 따라 맛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입니다.

로스팅 단계는 크게 라이트, 미디엄, 다크로 나뉩니다. 여기서 로스팅이란 생두를 열로 볶아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온도와 시간에 따라 산미, 단맛, 쓴맛의 비율이 달라집니다. 라이트 로스팅은 산미와 원두 본연의 향을 살리고, 다크로스팅은 쓴맛과 바디감을 강조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다크로스팅을 선호하는데, 초콜릿과 캐러멜 같은 묵직한 풍미가 좋기 때문입니다.

추출 방식도 중요합니다. 같은 원두를 사용해도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는 맛이 다릅니다. 추출 시간, 물 온도, 분쇄 입자 크기가 모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는 고온 고압으로 짧은 시간에 추출하기 때문에 바디감이 강하고 크레마가 생깁니다. 반대로 드립커피는 낮은 압력으로 천천히 추출하므로 맛이 깔끔하고 산미가 살아납니다.

제가 추출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물 온도와 그라인딩 굵기입니다. 물 온도가 90도 이상이면 쓴맛이 강해지고, 85도 이하면 추출이 덜 되어 밋밋합니다. 그라인딩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자가 너무 고우면 과추출되어 쓴맛이 나고, 너무 굵으면 밍밍합니다. 핸드드립을 할 때는 중간 정도의 굵기로 분쇄하고, 에스프레소는 미세하게 갈아야 합니다.

물론 블렌딩도 맛에 영향을 줍니다. 두 가지 이상의 원두를 섞어 새로운 풍미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 원두의 바디감과 콜롬비아 원두의 균형미를 섞으면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블렌드가 완성됩니다. 카페에서 파는 대부분의 에스프레소는 블렌드 원두입니다.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산지: 테루아가 기본 풍미를 결정
  • 로스팅: 산미, 단맛, 쓴맛의 강약을 조절
  • 추출: 물 온도, 시간, 분쇄 굵기가 최종 맛을 완성
  • 블렌딩: 여러 원두를 섞어 새로운 캐릭터 창출

저는 손님들에게 원두를 추천할 때 이 네 가지를 모두 고려합니다. 어떤 산지를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로스팅 정도를 확인하고, 집에서 어떻게 추출하는지 듣습니다. 그래야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의 손길이 만나 완성되는 결과물입니다. 산지의 햇빛과 바람, 토양의 성질이 원두에 담기고, 로스터의 기술과 바리스타의 추출이 그 맛을 끌어냅니다. 그래서 한 잔의 커피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다음에 원두를 고를 때는 산지를 한 번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에티오피아의 플로럴한 향을 좋아하는지, 브라질의 고소한 맛을 선호하는지, 콜롬비아의 균형미가 편한지 알게 되면 커피 선택이 훨씬 쉬워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브라질이나 과테말라 같은 묵직한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여러분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게 커피의 재미입니다. 결국 커피를 이해하는 일은 나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