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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추출 원리 (9기압, 추출시간, 크레마)

by 카페인펭귄 2026. 2. 28.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처음 카페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에스프레소가 그냥 '진한 커피'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머신 앞에 서서 추출 버튼을 누르고, 10초가 지나면 샷을 버리고, 다시 그라인더를 조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깨달았습니다. 이건 단순히 물을 부어 내리는 게 아니라, 압력과 시간이 정밀하게 맞물려야만 완성되는 작업이라는 걸요. 특히 스타벅스에서는 18초에서 23초 사이에 추출된 샷만 사용했는데, 그 5초 차이가 맛을 완전히 바꿔놓는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경험한 에스프레소 추출의 핵심 원리를 풀어드리려 합니다.

에스프레소 추출 원리 (9기압, 추출시간, 크레마)

9기압이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해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상업용 머신은 9기압(bar)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기압'이란 물이 커피 가루층을 통과할 때 가해지는 압력의 단위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물을 강제로 밀어내는 힘의 크기입니다.

이 9기압이라는 수치는 오랜 연구 끝에 도출된 최적값입니다. 압력이 너무 낮으면 물이 커피층을 빠르게 통과해버려 향미 성분이 충분히 녹아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압력이 지나치게 높으면 과추출이 일어나 쓴맛만 강조됩니다. 제가 다른 커피 브랜드에서 일할 때 구형 머신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 압력 게이지가 불안정해서 같은 원두로도 맛이 들쭉날쭉했던 기억이 납니다.

커피 연구자들은 9기압이 커피의 가용성 성분을 가장 균형있게 추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출처: 국제커피기구). 여기서 '가용성 성분'이란 물에 녹아 나올 수 있는 커피의 맛 성분을 말합니다. 단맛, 신맛, 쓴맛, 그리고 오일 성분까지 포함되는데, 이 모든 것이 9기압 환경에서 가장 조화롭게 추출됩니다. 그래서 에스프레소 머신 제조사들은 대부분 이 압력을 표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기압은 이미 머신 차원에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바리스타가 조절할 수 있는 변수는 결국 추출 시간과 분쇄도입니다. 그래서 다음 단계가 중요합니다.

추출 시간과 분쇄도의 상관관계

스타벅스에서 일할 때 가장 엄격하게 지켜야 했던 규칙이 바로 18초에서 23초 사이의 추출 시간이었습니다. 이 범위를 벗어난 샷은 무조건 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몇 초 차이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직접 맛을 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15초에 끝난 샷은 묽고 신맛만 강했고, 30초가 넘어간 샷은 텁텁하고 쓴맛이 혀에 남았습니다.

이 추출 시간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바로 분쇄도입니다. 원두를 얼마나 곱게 가는지에 따라 물의 통과 속도가 달라집니다. 분쇄도가 고우면 입자 사이 공간이 좁아져 물이 천천히 통과하고, 굵으면 빠르게 통과합니다. 제가 마스트레나가 아닌 수동 그라인더를 쓰던 시절, 매일 아침 첫 샷으로 분쇄도를 조정하는 게 일과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추출 수율(extraction yield)'입니다. 이는 원두에서 물로 녹아나온 성분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이상적인 추출 수율은 18~22%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스페셜티커피협회). 이 범위 안에서 커피의 단맛과 산미, 쓴맛이 균형을 이룹니다. 추출 시간과 분쇄도는 결국 이 수율을 맞추기 위한 조정 과정입니다.

제가 직접 탬핑을 하던 시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탬핑(tamping)이란 갈린 원두를 포터필터에 담은 뒤 손으로 눌러 평평하게 다지는 작업입니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커피층이 고르지 않으면 물이 약한 부분으로만 빠져나가 불균형한 추출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저는 힘이 센 편이라 압력을 세게 줬는데, 힘이 약한 동료는 같은 원두로도 추출 시간이 더 짧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분쇄도를 약간 더 곱게 조정해야 했습니다.

정리하면 에스프레소 추출의 핵심 변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 분쇄도: 입자가 고울수록 물의 통과 속도가 느려짐
  • 추출 시간: 18~23초 범위가 이상적
  • 탬핑 압력: 균일한 커피층 형성이 목표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비로소 균형 잡힌 맛이 나옵니다. 제 경험상 이 조합을 맞추는 게 바리스타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기술입니다.

크레마로 읽는 추출의 완성도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나면 표면에 황금빛 거품층이 형성됩니다. 이것이 바로 크레마(crema)입니다. 많은 분들이 크레마를 단순한 거품으로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추출 품질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크레마는 고압 추출 과정에서 커피 속 이산화탄소(CO₂)와 오일 성분이 결합하여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이산화탄소'란 원두를 로스팅할 때 생성되어 커피 내부에 갇혀 있던 기체를 의미합니다. 신선한 원두일수록 이산화탄소 함량이 높아 크레마가 풍부하게 형성됩니다. 반대로 오래된 원두는 기체가 빠져나가 크레마가 얇거나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저는 커피를 제조할 때 크레마를 최대한 극대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크레마에는 커피의 향미 성분과 오일이 농축되어 있어 맛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카페라떼를 만들 때 크레마가 우유 거품과 만나면서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맛의 층을 형성합니다. 그래서 크레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아메리카노보다 카페라떼를 추천하는 편입니다. 물로 희석하면 크레마가 흩어지지만, 우유와 섞으면 크레마의 풍미가 더 오래 유지됩니다.

크레마의 색과 두께로도 추출 상태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상적인 크레마는 황갈색에 가까우며, 두께는 3~5mm 정도입니다. 너무 얇으면 과소추출, 너무 어두우면 과추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커피를 잘 만든다는 평을 들었던 이유 중 하나도, 매번 크레마를 체크하며 즉시 분쇄도를 조정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국가연구소에서는 크레마의 지속 시간을 품질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좋은 크레마는 최소 2분 이상 유지되어야 한다고 합니다(출처: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국가연구소). 저도 실제로 타이머를 재보니, 신선한 원두로 제대로 추출한 샷은 크레마가 3분 넘게 남아 있더군요.

에스프레소 한 잔에는 생각보다 많은 과학과 기술이 담겨 있습니다. 9기압이라는 고정된 압력 속에서 바리스타는 추출 시간과 분쇄도, 탬핑 압력을 조정하며 최적의 맛을 찾아갑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크레마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에스프레소를 제대로 이해하면 아메리카노든 라떼든, 모든 커피 음료의 베이스를 이해하게 됩니다.

다음에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시거든, 크레마를 한 번 유심히 보세요. 그 얇은 거품층 안에 바리스타의 노력과 원두의 신선도, 그리고 25초간의 정밀한 추출 과정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에스프레소는 가장 작은 잔이지만, 커피의 모든 본질이 압축된 음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