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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카 로부스타 차이 (재배환경, 맛비교, 보관추출)

by 카페인펭귄 2026. 2. 26.

저는 카페에서 일하면서 매일 수십 잔의 커피를 내리지만, 솔직히 처음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의 차이를 몸으로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아라비카 100%"라는 문구가 당연히 좋은 거라고만 생각했죠. 하지만 어느 날 로부스타가 블렌딩된 원두를 직접 마셔보고 나서, 이 두 품종이 단순히 좋고 나쁨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스타벅스처럼 아라비카만 고집하는 브랜드도 있지만, 에스프레소 블렌드에 로부스타를 섞는 이탈리아 전통 방식도 분명한 이유가 있더군요. 같은 커피나무에서 나온 원두지만, 재배 환경과 가공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보여주는 이 두 품종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면, 원두 선택이 훨씬 즐거워집니다.

 

아라비카 로부스타 차이 (재배환경, 맛비교, 보관추출)

재배 환경이 결정하는 원두의 성격

아라비카(Coffea arabica)와 로부스타(Coffea canephora)는 자라는 환경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아라비카는 해발 800m 이상의 고지대를 선호하는데, 여기서 고지대란 공기가 서늘하고 일교차가 큰 환경을 의미합니다. 이런 곳에서 천천히 익은 커피 체리는 당도가 높아지고 복합적인 풍미를 발달시키죠. 반면 로부스타는 이름 그대로 '강인한(robust)' 품종이라 저지대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이 뛰어납니다.

제가 직접 콜롬비아산 아라비카와 베트남산 로부스타를 비교해보니, 생두 상태부터 차이가 명확했습니다. 아라비카 생두는 타원형이고 표면이 매끈한 반면, 로부스타는 더 둥글고 중앙선이 일자로 뻗어 있었습니다. 이런 외형 차이는 단순한 특징이 아니라 유전적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아라비카는 염색체가 44개로 자가수분이 가능하지만, 로부스타는 22개라 타가수분이 필요하죠.

재배 난이도 차이는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아라비카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커피녹병 같은 질병에 취약해서 농가 입장에서 까다롭습니다(출처: 국제커피기구). 반면 로부스타는 관리가 수월하고 수확량도 많아 대량 생산에 유리합니다. 이게 바로 같은 무게의 원두를 비교했을 때 아라비카 가격이 더 높게 책정되는 이유입니다.

맛과 향에서 드러나는 품종별 개성

카페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맛이 얼마나 다른가요?"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커피를 배울 때는 저도 그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반복해서 컵핑(cupping)을 하다 보니 확실한 경향성이 보이더군요.

아라비카는 산미(acidity)가 특징입니다. 여기서 산미란 신맛이 아니라 과일이나 베리 같은 밝고 생동감 있는 맛의 표현력을 의미합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같은 고급 아라비카 원두를 추출하면 자스민 꽃향기나 레몬 같은 시트러스 노트가 올라옵니다. 반면 로부스타는 쓴맛이 강하고 바디감(body)이 묵직합니다. 바디감이란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무게감으로, 로부스타는 마치 진한 다크 초콜릿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제 경험상 로부스타가 무조건 품질이 낮은 건 아닙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고급 로부스타를 마셔봤는데, 견과류 향과 캐러멜 같은 단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저가 로부스타는 타이어 냄새나 고무 같은 이취(off-flavor)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로부스타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가공 과정의 품질 관리 차이 때문입니다.

카페인 함량도 맛에 영향을 미칩니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 카페인이 약 2배 많은데, 카페인은 본질적으로 쓴맛을 내는 성분이기 때문에 로부스타의 강한 쓴맛을 설명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에스프레소 블렌드에 로부스타를 10~20% 섞는 이유는 크레마(crema) 형성을 돕고 풍미를 강화하기 위함입니다. 크레마란 에스프레소 표면에 생기는 갈색 거품층으로, 로부스타의 오일 성분이 이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시장 구조와 스페셜티 커피의 기준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을 보면 아라비카가 약 60%, 로부스타가 40% 정도를 차지합니다. 스타벅스처럼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브랜드들은 아라비카 100%를 사용하며, 품질이 좋은 원두가 자랄 수 있는 농장 시스템을 세계적으로 구축하려고 합니다. 이런 노력은 단순히 마케팅이 아니라 실제로 맛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등급을 받으려면 SCAA(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 기준으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스페셜티 커피란 재배부터 가공, 로스팅까지 전 과정에서 엄격한 품질 관리를 거친 최상급 커피를 의미하는데, 현재까지 스페셜티 등급은 거의 모두 아라비카 품종입니다. 로부스타는 기본적으로 향미 복잡성이 떨어져 고득점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들어 파인 로부스타(fine robusta)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저평가받던 로부스타를 정성껏 재배하고 가공해서 품질을 끌어올리려는 시도입니다. 제가 카페에서 종사하면서 느낀 점은, 결국 품종보다 중요한 건 재배와 가공의 정성이라는 사실입니다. 형편없이 관리된 아라비카보다 정성껏 키운 로부스타가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보관과 추출이 맛을 좌우한다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부분인데, 아무리 좋은 품질의 아라비카 원두라도 보관 방법이 잘못되면 이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커피가 됩니다. 저도 초기에 이 실수를 했습니다. 개봉한 원두를 그냥 상온에 두었더니 2주 만에 향이 다 날아가고 산패한 기름 냄새가 나더군요.

원두는 산소, 빛, 습기, 온도 이 네 가지 요소에 민감합니다. 로스팅 직후부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산화가 시작되는데, 이를 최대한 늦추려면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냉장고나 냉동실에 보관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건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습기와 냄새 흡수 문제 때문에 전문가들은 권장하지 않지만, 장기 보관 시 진공 포장 후 냉동하는 방법은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추출 방식도 품종별 특성을 살리는 데 결정적입니다. 아라비카의 섬세한 향을 즐기려면 핸드드립이나 에어로프레스 같은 방식이 좋습니다. 추출 온도는 90~95도 정도가 적당하고, 너무 뜨거운 물은 쓴맛을 과하게 끌어냅니다. 반면 로부스타 블렌드는 에스프레소처럼 고압 추출에 적합합니다. 높은 압력과 짧은 추출 시간이 로부스타의 강한 맛을 균형 있게 표현해주죠.

제가 직접 실험해본 결과, 같은 원두라도 분쇄 입자 크기와 추출 시간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라비카를 너무 곱게 갈아서 오래 추출하면 떫고 쓴맛만 남고, 로부스타를 굵게 갈아서 짧게 추출하면 밍밍해집니다. 원두 10g당 물 150~180ml 정도의 비율을 기본으로 하되,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절하는 게 중요합니다.

 

결국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의 차이를 이해한다는 건, 커피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농업과 과학, 문화가 결합된 복합적인 산물임을 깨닫는 과정입니다. 저는 카페에서 일하면서 수백 가지 원두를 다뤄봤지만, 여전히 품종 자체보다 보관과 추출 방식이 맛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느낍니다. 아라비카 100%라는 라벨에만 의존하지 말고, 로스팅 날짜를 확인하고, 원두의 산지와 가공 방식을 따져보고, 자신에게 맞는 추출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진짜 커피를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번 원두를 고를 때는 품종뿐 아니라 이 모든 요소를 함께 고려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