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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라이프 (문화·건강)

커피가 의식이 되는 나라 — 에티오피아 세리머니와 그리스 프라페

by 카페인펭귄 2026. 7. 16.

앞서 베트남과 아일랜드의 이색 커피를 살펴봤는데, 세계에는 아직 흥미로운 커피 이야기가 많이 남았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결의 두 나라입니다. 커피를 마시는 일이 하나의 의식이 된 나라, 그리고 우연한 실수에서 국민 음료가 탄생한 나라죠.

커피의 고향이라 불리는 에티오피아와, 여름이면 온 나라가 같은 커피를 마시는 그리스. 두 나라의 커피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

우리가 마시는 아라비카 커피의 뿌리는 에티오피아입니다. 커피가 카페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에티오피아의 숲에서 시작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나라와 커피는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건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를 '커피'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곳에서는 분나(Bunna)라고 부릅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 사이에는 "커피는 우리의 빵"이라는 말이 있다고 전해집니다. 그만큼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방식은 우리와 사뭇 다릅니다. 컵에 따라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사람을 맞이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의식에 가깝습니다.

생두를 볶는 것부터 시작하는 접대

생두를 볶는 커피 세리머니

그 의식을 분나 마프라트, 영어로는 커피 세리머니라고 부릅니다. 귀한 손님이 오거나 중요한 일이 있는 날, 존경과 우정의 의미로 커피를 대접하는 전통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대접'은 차 한 잔 내오는 정도가 아닙니다. 손님을 앞에 앉혀두고 생두를 볶는 것부터 시작해 갈고 끓이는 모든 과정을 그 자리에서 진행합니다.

보통 집안의 여성이 전통 의상을 입고 의식을 주관합니다. 바닥에 잎사귀를 깔고 향을 피우며 시작해, 숯불에 생두를 볶고, 그것을 빻아 제베나라는 목이 긴 토기 주전자에 넣고 끓입니다. 그리고 그 커피를 손님들과 나눠 마시는데, 보통 세 잔에 걸쳐 이어집니다. 이 모든 과정에 한 시간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커피 맛 자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래 걸리는 그 과정 동안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처음 만난 사이도 훌쩍 가까워지거든요. 커피가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가 되는 것이죠. 우리가 "커피 한잔 하자"고 말할 때의 마음과, 어쩌면 뿌리가 같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스 프라페 — 우연에서 탄생한 국민 음료

그리스 프라페 커피

분위기를 바꿔 그리스로 가보겠습니다. 그리스의 여름 국민 음료는 프라페입니다. 인스턴트 커피와 물, 얼음을 넣고 세차게 흔들어 거품을 잔뜩 낸 차가운 커피인데, 우리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어느 카페에나 있는 흔한 메뉴입니다.

이 음료의 탄생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1950년대 그리스에서 한 커피 회사 직원이 박람회 중에 뜨거운 물을 구하지 못하자, 인스턴트 커피를 찬물에 넣고 흔들어 마셨는데 그게 의외로 맛있었다는 것이죠. 우연한 궁리가 국민 음료가 된 셈입니다. 프라페라는 이름은 '차갑게 식힌'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왔습니다.

주문할 때는 설탕과 우유를 넣을지 고를 수 있어, 취향껏 즐길 수 있습니다. 집에서 만들기도 아주 쉽습니다. 뚜껑 있는 병에 인스턴트 커피와 소량의 물, 설탕을 넣고 세게 흔들어 거품을 낸 뒤, 얼음과 물을 채우면 됩니다. 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마시기 좋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방식이 말해주는 것

한쪽에서는 한 시간 넘게 생두를 볶아가며 정성껏 커피를 내리고, 다른 쪽에서는 병에 넣고 흔들어 뚝딱 만들어 마십니다. 정반대 같지만 둘 다 그 나라 사람들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입니다. 하나는 사람을 맞이하는 마음이 담겼고, 다른 하나는 더운 여름을 나는 지혜가 담겼죠.

결국 커피를 마시는 방식에는 그 나라의 시간과 사정이 배어 있습니다. 우리가 출근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다니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잠깐의 여유는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담긴 방식일 겁니다. 오늘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우리 나름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셈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각 커피 문화의 유래와 방식은 지역과 전하는 이야기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