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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바이블 (지식·정보)

추출 비율 3단계 실험 (1:15·1:17·1:20, TDS, 추출 수율)

by 카페인펭귄 2026. 5. 22.

원두 15g에 물을 얼마나 붓느냐에 따라 커피 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꽤 오랫동안 눈대중으로 물을 부어왔습니다. 어느 날은 너무 진하고, 어느 날은 너무 묽어서 뭔가 잘못됐다는 건 알았는데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때 마지막으로 손댄 변수가 바로 추출 비율이었습니다. 1:15·1:17·1:20으로 나눠 같은 원두를 세 번 내려보고 나서야 비로소 뭔가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울로 물 양을 재며 비율을 맞추는 핸드드립 추출

1:15와 1:17, 실제로 마셔보니 다릅니다

1:15·1:17·1:20 비율에 따라 농도가 다른 세 잔의 커피

흔히 1:15는 진한 커피를 원할 때 쓰는 비율이라고 합니다. 직접 내려보니 그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습니다.

원두 15g에 물 225g을 쓴 1:15는 첫 모금부터 바디감(body)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바디감이란 커피를 마실 때 입 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 질감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커피가 묵직하게 느껴지는지, 물처럼 가볍게 느껴지는지의 차이입니다.

고소한 계열의 원두에서는 초콜릿이나 견과류 느낌이 강하게 올라왔고, 이건 예상보다 만족스러웠습니다. 문제는 몇 모금 넘어갈수록 텁텁함이 쌓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텁텁함은 과추출(over-extraction)과 관련이 있습니다. 과추출이란 원두에서 맛 성분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빠져나와 쓴맛과 잡맛이 함께 올라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물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으니 단위 물당 원두 성분이 더 많이 녹아들고, 그게 꼭 좋은 방향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걸 직접 확인했습니다.

반면 원두 15g에 물 255g을 쓴 1:17은 인상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제가 마셔봤을 때 이 비율이 원두의 향미 노트(flavor note)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줬습니다. 향미 노트란 원두가 가진 고유의 향과 맛의 특성으로, 로스팅 수준과 산지에 따라 다르게 발현됩니다.

1:15처럼 밀고 들어오지도 않고, 곧 살펴볼 1:20처럼 흐릿하지도 않았습니다. 산미와 단맛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잡혀 있었고, 마신 뒤 입안에 남는 여운도 깔끔했습니다.

세 비율의 핵심 차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1:15 — 바디감과 농도 최상, 쓴맛과 텁텁함도 함께 증가
  • 1:17 — 산미·단맛 균형, 향미 노트 선명, 여운 깔끔
  • 1:20 — 목 넘김 부드러움, 쓴맛 최소화, 원두 개성은 약화

1:20이 무조건 부드러운 건 아닙니다

물을 넉넉히 넣어 맑고 부드럽게 내린 옅은 농도의 커피

"물을 많이 넣으면 부드러워진다"는 말, 1:20을 두고 자주 듣습니다. 이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원두 15g에 물 300g을 쓴 1:20은 확실히 목 넘김이 편했습니다. 쓴맛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커피를 처음 시작하는 분이나 진한 커피가 부담스러운 분에게는 오히려 좋은 입문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부드러워지는 데는 대가가 있었습니다. TDS(총 용존 고형물)가 낮아지면서 원두 고유의 향과 맛이 함께 옅어졌습니다. TDS란 커피에 녹아 있는 향미 성분의 총량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커피가 묽고 개성이 약해집니다.

산미와 복잡한 향미를 즐기려고 공들여 고른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라면, 1:20으로 내렸을 때 그 매력이 반감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란 SCA(스페셜티커피협회) 기준 80점 이상을 받은 고품질 원두로, 산지와 품종에 따른 뚜렷한 개성이 특징입니다(출처: SCA).

그렇다고 1:20이 나쁜 비율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 비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따로 있었습니다. 오래 마시는 데일리 커피, 혹은 카페인을 천천히 섭취하고 싶은 날에는 1:20이 잘 맞았습니다. 아침 커피 한 잔을 두 시간에 걸쳐 마시는 날이라면 진한 1:15보다 1:20이 훨씬 편합니다.

커피를 어떤 목적으로 마시느냐에 따라 비율의 정답이 달라진다는 것 — 이 실험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었습니다.

물과 원두의 비율은 결국 추출 수율(extraction yield)로 이어집니다. 추출 수율이란 원두에서 실제로 물에 녹아 나온 성분의 비율을 뜻하며, 앞서 말한 TDS가 '농도'라면 수율은 '얼마나 뽑아냈는가'에 해당합니다. SCA는 이 추출 수율의 최적 구간을 18~22%로 제시합니다(출처: SCA Brewing Control Chart).

실험이 알려준 것 — 기준을 먼저 잡아야 합니다

이번 실험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원두를 바꾸기 전에 비율부터 건드려봐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커피 맛이 마음에 안 들면 원두를 바꾸거나 분쇄도를 조절하는 쪽으로 먼저 손을 댔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비율이 흔들린 날이 더 많았습니다. 물을 눈대중으로 부어놓고 원두 탓을 했던 셈입니다.

홈카페에서 기준점을 하나 정하고 싶다면 1:17부터 시작하는 걸 권합니다. 이 비율은 SCA 드립 커피 권장인 1:16~1:18 범위의 중간값이기도 하고, 제 경험상 대부분의 원두에 무난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이후 커피가 너무 진하게 느껴지면 물을 10~20g 더 늘려보고, 너무 연하면 그만큼 줄여가는 방식으로 조금씩 좁혀가면 됩니다. 기준점이 있어야 조절도 가능합니다.

비율 하나만 바꿔도 같은 원두에서 전혀 다른 커피가 나옵니다. 커피 맛이 어딘가 애매하다고 느껴질 때 원두부터 바꾸지 말고, 저울 위에 컵을 올리고 물 양부터 다시 재본 뒤 비교해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답이 나옵니다.

 

※ 본 글은 개인적인 홈카페 추출 경험과 SCA 등 공인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적정 추출 비율과 수율 범위는 원두의 산지·로스팅 정도·추출 방식·개인 미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참고용으로 활용해 주시기 바랍니다.